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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성과

[코드박스, 8/8] (피플)"미술품·부동산, 디지털자산으로 쉽게 투자"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서 증권형토큰발행(ST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TO는 고가의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수천, 수만개 토큰으로 발행한다. 그러면 토큰 보유를 통해 자산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긴다. 코드박스는 일찍이 STO와 같은 자산 토큰화를 위한 종합 솔루션을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STO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카카오벤처스와 두나무에서 시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자산토큰화 플랫폼을 위한 메인넷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부동산과 미술품 등 실문자산의 토큰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 사진/안창현 기자
 
STO(증권형토큰발행) 플랫폼으로 알려진 코드체인을 지난 4월 출시했다. 처음에는 게임산업에 적용하는 걸 먼저 고려했다고 했는데.
 
코드체인은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발행하는 플랫폼이다. 코드박스에서 직접 토큰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고, 자산을 토큰화하는 프로젝트들에 코드체인이란 기반기술을 제공한다. 지난해 1월 개발을 시작해 그해 6월 오픈소스로 개발과정을 공개했고, 이후 테스트넷을 운영하면서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했다. 코드박스를 창업할 때 사업적인 방향성보다 블록체인 코어기술을 확보하는 게 먼저였다. 코드체인을 개발하면서는 이걸 어디에 응용하면 좀더 빠르게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아무래도 게임시장에서 유리할 걸로 봤다. 그런데 대형 게임사들이 생각보다 블록체인 도입에 보수적이어서 자산토큰화로 방향성을 조금 바꿨다. 물론 방향성을 바꿨다고 해서 코어기술 자체가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대형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데 보수적인 이유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고,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다.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검토하는 시기였다. 당시 우리도 여러 게임사들과 긴밀히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매출이나 사업적인 면에서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고 얘기하지만, 대형 게임회사 입장에서 그런 뉘앙스를 주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도 있었다. 사실 사업적인 방향을 틀었다고 했지만, 코드체인은 모든 종류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 여전히 게임 아이템도 코드체인이 지원할 수 있는 자산 중 하나인 셈이다. 자산이라는 게 회사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쿠폰, 바우처 등과 같은 무형자산도 다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STO를 진행할 수 있냐 없냐 논쟁도 있는데.
 
STO라는 용어를 쓰면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자산보다 범위가 좁아지는 느낌이 있다. STO는 주식 같은 걸 소액공모나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모금해서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걸 의미한다. 국내에는 아직 이것을 거래할 수 있는 STO 거래소도 없는 상황이다. 자산토큰화라고 하면, 주식이나 채권도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술품이나 음원과 같은 자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토큰화하면 주식의 성격이 일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주식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법률적으로는 회색지대다. 예전에 P2P 대출의 경우도 관련 규정이 없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는데,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술 개발을 하면서 국내외 규제 상황들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국내에서 명백히 어려운 프로젝트들은 우선 해외에서 시도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투자 받은 빗썸과 STO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빗썸은 미국 핀테크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미국 내 STO 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ATS(대체거래소) 라이선스를 신청해 검토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적법하게 새로운 자산을 발굴하고 거래하는 STO 사례를 만들면, 역으로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정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산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국가마다 적용되는 법률도 다르다. 같은 자산이라고 해도 이를 규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미술품을 특별히 주식이라고 보고 발행하지 않지만, 미국은 증권법이 강력해 증권으로 간주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법적인 문제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서광열 코드박스 대표가 지난달 열린 코드체인 커넥트 행사에서 자산토큰화 플랫폼 '코드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코드박스
 
코드체인 기반으로 실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되는지.
 
미국에서 빗썸과 추진 중인 STO 플랫폼 관련 프로젝트 외에 진행 상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미술품과 음원 같은 대체자산을 토큰화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K-팝스타 음원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빠르면 9월 안에 론칭돼 코드체인 위에서 토큰이 발행되고 거래되는 실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이 음원에 대한 저작권이나 저작인접권을 사고 거래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국내 기업이 진행하지만, 우선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할 것 같다. 거버넌스 이슈도 접목해 팬들에게 단순히 음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음원과 관련해 앨범 제작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투표하는 등의 기능이 더해질 예정이다. 최근 '프로듀스X101'이 투표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걸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배경이다.
 
애초 게임시장에 블록체인 적용이 더뎌 자산토큰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했는데, 역시 진행이 빠르진 않다.
 
생각보다 다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을 받는 지 이제 2년 이상 됐는데도,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서비스들 중 블록체인 기반인 게 별로 없지 않나. 빨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초반에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안 된 부분도 있고, 제도나 상황 등 여러 가지 걸리는 부분들을 검토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사실 국내와 해외 차이는 아닌 것 같다. 해외라고 특별히 블록체인 서비스가 대중화된 건 아니다. 다만 최근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이 출범했는데, 국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입법활동을 하던 민관협의체가 발전됐다. 여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업계의 제안이나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자산이 디지털화 됐을 때의 장점은 명확하다. 다양한 자산을 쉽게 획득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IT 기술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정보 격차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와 같은 일을 자산이나 가치에 대해서 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경계, 각종 제도의 장벽을 넘어서 누구나 쉽게 자산에 접근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미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해서 한국에 있는 개인이 쉽게 투자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글로벌 거대 투자사가 아니라도 개개인이 적게나마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누구나 쉽게 전 세계에 있는 자산과 가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디지털 자산 발행과 거래들이 증가하면,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들도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링크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12561